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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경마축제 ▥ 금요제주경마 틀려 있는 시체, 그러나 그를 내려다보는 단사유의 입가에는 여유 있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아직 완전히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군. 이정도면 충분하지.” 그가 손을 뻗어 시체의 목 부분을 움켜잡았다. 우두둑! 뚜둑! 그의 손이 움직이면서 시체의 뒤틀렸던 목 부분이 제자리를 찾아갔 다. 이어 그의 손이 몇 개의 대혈과 유맥을 연이어 점했다. “후후!” 그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그 순간 “커헉!” 이제까지 숨이 끊어졌던 시체가 갑자기 크게 숨을 토해내며 눈을 떴 다. 시체는 눈을 뜨자 연이어 격렬하게 기침을 해댔다. 시체의 입에 서는 핏물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단사유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통스럽소?” 사내가 고통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죽고 싶다면 언제든 말하시오.” “끄으으!” 그 말을 끝으로 단사유는 사내의 옆에 의자를 가져와서 앉았다. 그리 고 묵묵히 기다렸다. 단사유의 말에 통증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황당하다는 빛이 떠올랐다. 기껏 살려두고서 한다는 말이 죽고 싶으면 말하라니?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그는 완벽하게 숨이 끊어진 것이 아니었 다. 부러진 목뼈가 기도를 막고 있어 숨이 통하지 않아 기절을 한 것 뿐이다. 그러나 생명이 위중한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단사유는 사내의 목뼈를 임시로 바로잡고 잠시만 숨을 연장시켰을 뿐 이다. 천포무장류의 계승자라는 것은 천하에서 인체에 대한 지식이 가장 해 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의 숨을 잠시 돌려놓는 것은 그에게 일도 아니었다. “어디에 금을 숨겨놓았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럼 고통 없이 보내 드리지요.” 단사유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흐윽!” 분명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사내에게는 죽음의 사신보다 무서운 미소 였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놓고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이 있다는 것을 죽기직전에 처음 알았다. 뭐라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가슴을 울리는 전율적인 통증에 미 치도록 죽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죽음은 찾아오지 않고, 지독한 통증에 온몸이 뒤틀렸다. 이것이야말로 천포무장류의 무서운 점이었다. 죽음이 찾아올수록 온 몸의 통증은 더욱 지독해져 온다.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은 도저히 견 딜 수 없는 정신의 붕괴와 마찬가지였다. 사내는 미치도록 죽고 싶었다. 어서 정신을 놓아 이 저주스러운 육신 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통만 심해질뿐 죽음 은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사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동······명산 음령······곡의 동굴에······고통 스······.” “잘 가시오. 다음에 태어날 기회가 있다면 도적질 따위는 하지 마시 오.” 푹! 단사유가 사내의 사혈을 눌렀다. 그제야 사내의 얼굴에 편안한 빛이 떠올랐다. 그의 입가에 어린 미소 는 정말 행복한 빛이 가득했다. 도적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미 전후사정을 짐작한 단사유였다. 살 아있어 봐야 또 다시 도적질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죽이지 않았어도 어차피 죽었을 자였다. 차라리 편안하 게 보내주는 것이 그를 위한 자비였다. “동명산 음령곡이라······.” 단사유가 미소를 지으며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계산대 쪽을 바라봤다. “잠시 후에 돌아올 테니 방 좀 깨끗하게 준비해주십시오. 시신들은 관에 연락해서 치우시고······. 도적 떼들이라니까 아마 포상 금을 많이 받을